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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19일   이퀄라이저2000과 판토마에 얽힌 어린 시절의 기억


이퀄라이저2000과 판토마에 얽힌 어린 시절의 기억 영화 보고 떠들기 - 2006년 06월 19일 11시 45분
2006년 06월 19일 11시 45분 2006년 06월 19일 11시 45분
1. <이퀄라이저 2000>이란 영화가 있었다.
제목만 보고 2000년에 나온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 아마도 영화의 시대배경이 2000년이라는 말일듯 한데, 자세한 건 영화를 못봤고, 또한 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힘드니 이 부분은 넘어가자.

이것이 바로 IMDB에도 없는 이 영화의 포스터인데, 척보기에도 싼티가 팍팍 풍긴다.
아니나 다를까, IMDB에 올라가 있는 이 영화의 유일한 리뷰는 대뜸 첫 마디부터 "suck"을 날려준다. 일요일 밤에 정말 할 짓 없을 때 빌려보라는 친절한 조언과 함께.
포스터만 봐도 매드맥스의 아류인데다가 적당히 벗어주신 울퉁불퉁 쭉쭉빵빵 두 남녀의 부담스러운 자태는 이 영화가 아무리 잘 봐줘도 80년대를 풍미한 싸구려 삐끕영화 대열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담 왜 뜬금없이 보도 못한 이런 싸구려 영화를 끄집어내어 들이미느냐.... 하면,
중딩때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 앞에 있던 음반가게 진열장에 이 영화의 비디오 자켓이 떡하니 서있었고, 당시 집에 비디오데크가 없었기에 항상 비디오 가게 앞에서 침만 흘렸던 나는 어김없이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 음반가게 진열장에 전시된 비디오 자켓들이나마 실컷 만끽했으며 그 가운데서도 유별나게 벗어젖힌 저 금발머리 처자에게 단단히 꽂혔기 때문이랄까. 물론 사춘기 남자아이로서, 당연히 큼직한 총을 한손에 들고 근육을 과시하며 옆에 늘씬한 백인미녀를 끼고있는 저 수염 안깎은 남자에게로 향하는 동경 또한 한몫 했겠고.

이후 비슷비슷한 영화 포스터들을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에서 많이도 봤지만, 아무래도 한동안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던 저 그림만큼의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이 영화 포스터만 빼고.




2. 국민학교 6학년 때, 학교에 [컴퓨터]라는 게 처음 들어왔었다.
조그만 방 하나 마련해서 조그만 모니터와 카세트 테입을 끼워넣는 데크가 딸린 키보드가 딸린 컴퓨터를 세 댄가 설치해서 이름도 거창하게 [컴퓨터실]이라고 했는데, 요 컴퓨터실 담당이 바로 우리 담임이었고, 반장, 부반장, 그리고 부회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던 나와 두 친구들은 담임의 강요로 인해 이 컴퓨터실 청소를 맡았었다.(이 담임은 반장, 부반장에게 화장실 청소를 일임하는 다소 괴짜교사셨다.)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 컴퓨터가 있는 곳을 청소하는 어린애들의 심리란 뻔해서 우리는 청소하다 말고 몰래 컴퓨터를 켜서 게임 한번 해보겠다는 일념하에 카세트 테입을 돌리다가 고만 테입을 망가트리고 말아 당시 3000원이 넘던 거금의 게임 테입을 각자 돈을 갹출해 다시 사다놓는 짓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암튼지간, 그런 연유로 해서 당시 반 아이들은 박동파 선생이 그린(그래봤자 일본 만화의 스토리를 고대로 베꼈지만) 컴퓨터 학습만화를 드문드문 구입해서 봤는데, 그 만화 속에서 나온 캐릭터가 바로 [괴도 판토마]란 인물이었다.
만화에서야 애들이 갖고 노는 시시껍절한 컴퓨터게임[테입]을 훔쳐도망가는 쫀쫀한 인물로 나오지만, 원래 판토마는 유서깊은 프랑스 시리얼 무비의 주인공으로서, 어린 시절 티비를 통해 리메이크된 영화에서 화려한 변장술과 막강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위인이었으니,

바로 요 퍼렁 대머리가 그 괴도 판토마님이 되겠다.


변장한 가면을 벗자 나타나는 저 퍼렁 대머리에 기절할 듯이 놀랐던 나는 이후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싼 달력종이에다가 열심히 저 대머리를 그려대기도 했다. 더군다나 저 판토마는 무수한 부하들을 사병처럼 부릴 뿐 아니라 비밀 기지도 가지고 있었'던 듯 하'고 특히 영화 마지막엔 날개가 나오는 자동차를 타고 휭하니 날아가버려 뒤를 쫓던 파리 경시청의 형사 일단을 조롱하는 작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셜록 홈즈보단 괴도 아르센 루팡에 더 환장하던 나는 당연히 이 현대적이고 스케일 큰 도둑놈에게 맛이 가버릴 수밖에. 물론,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이 판토마란 인물은 루팡처럼 세련되고 젠틀한 매너는 없는 그냥 아주 나쁜놈이었던 듯하지만, 뭐 어떠랴. 10대 초반의 남자애들은 정의감보단 카리스마와 신기한 기계장치에 더 홀딱 넘어가는 법이거늘.

IMDB에 의하면 이 판토마 리메이크는 60년대에 두편이 만들어졌다는데, 어린 시절 티비를 통해 봤던 <판토마>가 어느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저러나 요새 고전들의 리메이크 열풍이 여기저기서 불어대고 있는데, <판토마>는 이 열풍에 끼지 못하는지가 의문이다. 프랑스에는 쟝 마래의 카리스마를 재현할 배우가 없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너무 일찍 태어나 너무 일찍 죽어버린 율 브리너가 아쉬울 따름이다.

내 눈에만 닮아보이나?


-<판토마>에 대해선 좀더 떠들어보고 싶은데, 기억의 잔상이 너무 흐릿한지라, 나중에 어떠한 경로로든 구해서 볼 기회가 생기면 그때가서 다시 떠들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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