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세면대 앞에서 이빨을 닦으려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송곳니. 내 송곳니는 이렇게 뾰족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끝을 살짝 눌러봤다. 금방 피가 맺혔다. 피맛은 그냥 닝닝했다. 짜지도 않았고, 쇠맛도 나지 않았다. 송곳니에 찔린 손가락의 상처는 금방 아물었다. 어쨌든간 이빨을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왜 이 블로그가 인기가 없나 했더니, 한달에 포스팅이 열건도 채 안 올라오는 블로그가 인기가 있을 턱이 없지.....
이빨이 아프면, 겁이 난다.
뭐 치과가 무서운 게 맞긴 한데, 치과의자에 누워 쩍 벌린 입을 현상유지해야 하는 괴로움이나 이빨을 갈아대는 무시무시한 금속의 마찰음이나 뾰족한 마취주사의 포쓰 보다도,
치료를 마치고 나와 카운터에서 싱글거리는 간호사의 입에서 나올 말이 제일 무섭다.
어릴 때야 병원비 내가 버는 것도 아니니 충치 때운다고 하면 그저 그게 무서워서 환장을 했지만,
대략 3년 전쯤, 마눌님과 나 합해서 견적 250만원어치를 한방에 일시불로 결재해 버린 이후로는 내 한달 월급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는 그 금액에 그저 덜덜 떨 뿐이다.
그저 이빨은 안 아프고 보는 게 복이다.
오후부터 오른쪽 윗어금니 부분이 아픈 거 같아서 일순 긴장했지만, 슬금슬금 혀로 더듬어보니, 어금니 근처의 잇몸이 까칠한 게 아침에 이빨을 닦으며 어쩐지 아프더라니 하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살았다. 이빨이 문제가 아닌 듯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며칠전 열심히 씹어먹었던 호박엿이 떠오른다.
내 미쳤지..... 호박엿 반봉지를 혼자 다 먹었으니.....
다신 호박엿 쳐다도 안본다.
게다가 그거 먹고 저녁나절에 갑자기 기운이 쪽 빠져서 디지는 줄 알았었다.
마눌님 말로는 혈당치가 갑자기 높아졌다가 갑자기 확 떨어져서 그렇다고 하던데, 혈당치 어쩌고가 나오다니, 이제 늙긴 늙었나보다. 흑.
어릴 때 동생녀석 치과가서 이빨치료하고 와서는, 나한테 했던 말,
"근데 있잖아, 뺀찌를 이렇게 해서 이렇게 했더니 이빨에서 벌레가 나오더라구! 그것도 디게 많이!"
대충 이빨에서 벌레가 나온다는 게 비현실적이란 사실을 알고 있던 나, "거짓말."
"진짜야! 엄마랑 의사선생님이랑 보면서 벌레 보라고 그랬다구! 벌레가 이만~한 게 세마린가 네마린가....." 어쩌고 저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