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봉투붙이기 때문에 보통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밤을 홀딱 새워준다. 밤을 홀딱 새운 날은 일찌감치 집을 나서 사람 별로 없는 텅텅 빈 버스를 타고 출근하게 된다. 그것도 최근 들어선 체력의 한계 때문에 까무룩 소파에 자빠져 자다가 지각하기 일쑤긴 하지만.
어깨와 등뼈, 그리고 고질적인 오른손의 통증을 참아가며 간만에 밤을 새웠건만,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한 오늘 새벽같은 날에는 그저 일찌감치 집을 나서서 강남까지 가는 한시간 푹 잠을 자주고 1등으로 출근해서 9시 전까지 열심히 남은 봉투를 붙여주는 게 좋은 법. 그래서 오늘 아침, 6시 40여분쯤 되어서 집을 나섰다.
보통 버스를 타는 지점은 네군데쯤 되는데, 그중 가장 먼 곳은 시간대에 관계없이 거의 90% 가량 앉아서 갈 수 있는 포인트고, 나머지 지점들은 그때그때 운에 따라서 앉아갈 수도 서서갈 수도 있는 그런 곳이다. 그래도 7시 전에 나서면 어디서 타든 대개는 앉아서 갈 수 있기 때문에, 오늘도 버스가 마지막으로 거쳐가는 포인트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런데, 그런데........
한참 개천을 따라 걸어내려 가던 중에 저만치서 타야될 버스가 전 정류장에 들어서는 게 보였고, 당연히 앉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나는 한 7,80여미터 되는 거리를 한달음에 존나 뛰어갔고, 같은 버스를 기다리던 세명의 뒤에서 나름 여유있게 버스에 올라탔는데,
이런 니미, 딱 내 앞사람까지 앉고 나부터 자리가 없네. 열라 뛰었건만, 어제밤에 밤도 홀딱 새웠건만........
확 성질이 나서 다음다음 정류장에서 내려버렸다. 좀 돌아가고 오래 걸리긴 하지만 강변역까지 가는 버스는 보통 사람이 많지 않고 이쯤에서 타도 앉아갈 수 있을테니 그걸 타고 가자는 마음으로 기다리기 시작했다.
근데, 버스가 안온다...... 강남가는 버스가 또 한대 지나가고,(당연히 자리는 없었다) 조금을 더 기다리니 기다리던 강변행 버스가 왔는데, 어라.... 사람이 가득가득, 서있을 자리도 없어보이네.... 그래서 미련없이 보내버렸다. 그리고 눈물을 머금고 사람이 한가득 들어차서 더이상 끼어들어갈만한 자리도 없어보이는 강남행 버스를 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