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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3월 24일   8,90년대의 레어템.1-[하일!노틀러] (3)


8,90년대의 레어템.1-[하일!노틀러] 기억과 주절주절 - 2009년 03월 24일 12시 30분
2009년 03월 24일 12시 30분 2009년 03월 24일 1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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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아니다. [노]태우다.

거의 백만년만의 포스팅.

블로깅이란 걸 시작하면서 나름 세운 원칙이라면, 남이 그린 그림(애니메이션 스틸이나 스샷은 빼고)은 절대 올리지 않는다, 였는데 그건 일종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내가 그림쟁이인데 그림쟁이의 블로그에 왜 딴 사람이 그린 그림을 올리냐는 거였다.
하지만 그런 기준을 잠시 접어둘만한 [꺼리]가 있었으니, 바로 이 책 <하일! 노틀러-국가원수모독>이 되겠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내가 노태우란 인물에 대해 조금이나마 진지하게 생각해볼 계기가 됐던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88년 서울 올림픽이 막 개최하기 전에 인천 부평시장바닥에서 있었던 일단의 대학생(이었던 듯 하다)들의 연좌시위였다. 그날 난 친구놈 하나랑 학교가 끝나고 쓸데없이 부평시장을 배회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문화의 거리가 된 그곳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있고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었다. 뭔가 싶어 가보니 대략 2,30명의 젊은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앉아있고 한명씩 돌아가며 앞에 나와 빨간 확성기로 뭐라뭐라 하고 있었는데, 그들 주위로는 온갖 대통령과 전임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을 까는 게시물들이 주루룩 늘어서 있었다.

맨날 티비로만 보던 최루탄 팡팡 백골단 퍽퍽하는 시위현장이 아닌 눈앞에 펼쳐진 생생한 시위현장인지라(물론 중딩때 대우자동차 파업 옆에 있으며 최루탄 냄새와 살벌한 전경들의 위용은 실컷 봤다만....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의 2/3는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을 끼고 걸어야했었다) 친구와 함께 죽치고 서서 구경을 했다.
그날 난 북한의 금강산댐과 대항댐이라는 평화의 댐이 순사기였음에 충격 받았고 전두환이 대통령 해먹는 7년동안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자기 재산을 적잖이 불렸다는 데 충격 받았고 멀쩡하게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는 노태우를 대놓고 까대는 거에 충격 받았다.

그날 집회의 주제는 바로 이 살아있는 비리와 사기의 산증인 전두환과 노태우를 비판하는 거였는데, 뭐 앞으로 속속 드러나게 될 각종 비리와 의문사, 살인 등등의 전초전이었달까.
그런 일이 있고나서 학교에서 동아리 선배들에게 이러저러한 걸 봤다고, 전두환 진짜 나쁜 놈이었드라고, 근데 현직 대통령을 까는 건 좀 그랬다고, 얘기를 하자 선배 왈, "그게 바로 민주주의란 거야."
음.... 나이 17살 쳐먹도록 난 자칭 민주공화국이란 나라에서 살면서 민주주의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던 거였다.
암튼 그날 그 사건을 계기로 민주주의란 가치관이 가지는 의미를 새삼 생각하기 시작했고 3년 뒤 나름 운동권 학생이 되었다.


내가 대학생이 되고나서 제일 신났던 건 물론 매일밤 떡이 되도록 쳐먹을 수 있는 술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대학교앞에 반드시 하나 이상씩은 있던 사회과학 서점도 내게는 신나는 새세상에 일조를 했었다. 처음에는 선배들이 권해주는 <철학에세이>나 <철학의 기초이론>,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같은 비교적 평범한 책들을 사러 갔었고, 조금씩 레벨이 올라가면서 찾아보는 재미를 즐기기 위해 서점에 들락거렸는데, 그러다가 겟한 아이템이 바로 이 책이 되겠다.
학과수업은 제껴두고 만화동아리 활동에 미쳐있던 난 만화라는 천대받는 매체도 사회변혁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박재동이란 걸출한 인물의 활동을 보면서 징하게 느끼고 있었고, 그 연장선으로 무수한 언더그라운드 만화가가 뿜어내는 걸죽한 결과물들에 목말라 하고 있던 차였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됐지만 <회색미로> 같은-회색도시던가?? 본격운동권대학생등신만드는만화를 그렸던) 허영만선생이 <오! 한강> 2부작으로 한국만화사에 획을 그으며 한국에 건전반공만화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알렸지만 어디까지나 제도권 안에서의 이야기고, 그보다 좀 더 세고 직접적이며 리얼타임틱한 만화를 그리고자 하던 나에게 이 책은 (퀄리티는 일단 접어두고)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하겠다.


89년에 발행된 이 책은 맨 위에처럼 떡하니 히틀러에 빗댄 노태우가 6공과 민정당 심볼과 함께 하고 있는 그림을 표지로 하고 있으며, 이희재 선생과 박재동 선생의 격려서와 권두언을 시작으로 해서 총 4장의 구성으로 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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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장인 [여는 마당]은 당시 유행하던 민중판화 형식의 그림에 텍스트가 박혀있는 구성인데, 요새도 축제 때 저거 하는지 모르겠다.
나 고딩-대딩 시절엔 축제 시작할 때 꼭 저런 고사를 지내곤 했었는데. 그리고 이어지는 풍물패와 함께 우루루 몰려나가 다들 쾡자쾡자 놀고 했었다. 요새는 저렇게들 안 노는듯. 뭐 우리학교에 소녀시대 왔다, 원더걸스가 왔네, 카라 왔삼 이러고들 있는데 이제 더이상 학교축제에 [대동제]란 호칭은 안 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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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마당 다음은 [詩가 있는 풍경]이다.
유명한 시들을 고대로, 또는 패러디 형식으로 문구를 바꿔서 놓고 거기에 그림을 곁들이는 형식인데, 대체로 교과서에서 많이 본 시들을 패러디한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천지개벽이야!...] 하는, 유치진인지 유치환인지 별로 중요치않은 시에 백담사에서 대머리가 떠오르는 그림을 배치한다든지 하는.
스캔 뜬 저 시와 그림은 너무 직설적으로 비극을 그려내고 있다. 하긴, 80년 광주는 아직도 직설적인 화법이 가장 유효하다고 믿는다. <화려한 휴가> 전의 광주를 그린 영화들은 다들 광주를 은유로 가져왔는데, 실존인물을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다룬 영화가 함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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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2메가악법에 대한 릴레이만화도 있었는데, 저놈의 집시법과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쪽팔려해야될 일이라고 본다. 권력자들의 기분에 맞게 누구라도 잡아다 족칠 수 있는 법이 버젓하게 남아있는 나라라니. 이 나라는 20년 전하고 비교해서 뭐 하나 나아진 게 없다. 치킨집 많아진 거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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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유일하게 현실풍자 코메디를 펼쳤던 <꽁자(탱자) 가라사대>를 패러디한 만화. 꽁자(탱자) 패러디로 시작해서 학원물(...)로 방향전환을 해서 폭력물로 끝나는, 다소 아스트랄한 만화. 주된 내용은 당시 가장 큰 이슈였던 북한핵을 다루고 있다. 북한핵 얘기 나오면 당연히 따라나오는 주한미군 문제 부분이 위에 스캔 뜬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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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자리한 [그리고 못 다한 이야기]던가... 하는 부분.
왼쪽을 보시라. <강아지 똥> 등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고 권정생 선생이 88년 8월 15일에 열렸던 남북학생회담 전에 한겨레 신문 국민기자석에 기고하신 글이다. 알다시피 이 학생회담 때 임수경언니가 참가했고 군사분계선을 넘어왔으며 구속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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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바로 전, 이 페이지에 이어 다음 페이지까지 한때 말 많았던 위컴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이 이어진다. 바로 [들쥐] 운운한 그 발언이다. 뭐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촛불좀비라고 부르는 놈들이 종종 있던데, 위컴이나 그놈들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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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빌붙은 놈들이야 지들 뱃살 챙겨야되니 그렇다 쳐도, 촛불좀비 운운하는 놈들은 도대체 뭘 믿고 나대는 건지 원. 하여튼 병신들이 따로 없는 법이다.


더 기가 막히는 건, 이 책의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지금 2009년도에 대입시켜도 그닥 어색하지 않다는 거다. 절대권력은 여전하고 민주주의라는 이념은 그 주인인 사람들의 머리속에서도 상당히 지워져버린 듯 하다. 넷게릴라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악법을 두려워해야 하고 스스로 중산층이라 믿고있는 대부분의 하류층은 먹고 살 걱정이 여전하다. 전통적인 도시빈민이나 농어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 시절에 삽질과 업적세우기에만 환장하고 부자와 빈민에게 세금 똑같이 때려버리는 이런 놈의 정권이라면, 난 이 정권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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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냐 2009년 04월 28일 19시 47분
나는 그냥 니같이 불평불만만 내뱉고 쿨한척하고 무슨 민주주의 어떻니 하며 오버하는 키보드워리어들이 제일 싫어.ㅋ
별쥐 2009년 04월 30일 00시 55분 
그래. 넌 그냥 그렇게 계속 등신으로 살아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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