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과 남대문과 남산이 그리는 삼각형의 한 구석에 쳐박혀있는 이 SK 남산그린빌딩에서 일하는 게 왜 지랄스럽냐하면, 길고 긴 출퇴근시간도 문제려니와 주변에 변변한 병원이 하나도 한개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왼쪽발에는 대략 대여섯개 가량의 큼직한 물집이 잡혀있는데 이놈들 하나하나가 말도 못할 고통과 간지러움을 선사해주고 있는 중이다. 니*랄이란 이름을 가진 무좀약의 효능을 당당히 씹어버릴 정도로 거대하게 성장해버린 이 무좀들을 박멸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병원행이란 극단의 조치가 필요할 듯 하지만, 애석하게도 명동까지나 나가야지 병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거다.
작년 여름, 그 무덥던 여름날, 남산자락 근처에 있는 [친구네]에서 아침엔 토스트를, 나머지 시간엔 튀김을 튀기는 아저씨랑 목소리가 똑같은 그당시 사장은 준엄하시게 딱 딸랑딸랑 스타일의 이사를 통해 반바지와 샌들착용 금지를 명하셨으니, 이게 바로 현재의 무좀사태의 원인이었다.
여름엔 모름지기 양말도 벗고, 두꺼운 외피를 둘러쓴 신발은 당연히 벗고, 바람 숭숭 받으며 햇살과 발이 벗하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검고 두꺼운 양말(여름양말따위가 있을 리가 있나)과 갈색의 무겁고 두꺼운 준구두급의 신발을 신고 매일 네시간씩 왔다리갔다리했으니, 아무리 출근해서는 슬리퍼로 갈아신고 있는다고 해도 이미 무좀균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발이 남아날 수가 없을 터.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나고, 드디어 계절도 여름스러운 시기가 오니 이 무좀균들이 대공세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걸을 때마다 왼쪽 발에서 전해져 올라오는 통증을 즐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돼버렸다. 마조히스트가 되고 싶지 않으면 소주에 식초를 1:1 분량으로 섞어 발을 담궈버리든가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무좀약으로 양말을 대신하거나 해야될 판이다.
무좀 때문에 발을 잘라서 먹어치우다가 급기야는 자기 뇌까지 퍼먹으려던 <흉포한 입>이란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 게다가 내 발은 아무리 봐도 먹음직스럽진 않으니, 오늘은 약국에서 무좀난 발을 [담그는] 약이라도 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