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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3월 21일   두 편의 [킹콩]('33 & '05)


두 편의 [킹콩]('33 & '05) 영화 보고 떠들기 - 2006년 03월 21일 16시 23분
2006년 03월 21일 16시 23분 2006년 03월 21일 16시 23분

*재활용이랍니다아*


먼저 리메이크한 05년도 작 킹콩.

런닝타임 늘리고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늘린 덕분에 내러티브는 부담없고 만족스러워졌음. 원작이 보잘 것 없는 식탁에 놓인 고급요리를 너무 빨리 먹어 체할 거 같았다면, 리메이크작은 느긋하게 차려놓고 놀민놀민 먹으면 되는 부르조와적인 식탁이라고나 할까.
당연한 말이지만, 비명만 지르다가 기절하는 페이 레이보단 기절한척 하다가 낮은 포복으로 도망치기도 하고 저글링도 하며 죽은척으로 킹콩 놀래키기도 하는 나오미 왓츠가 훨씬 더 매력적임.
설정에서 드라마로 확장되어 풍부해진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킹콩도 기술력 덕분에 표정이 풍부해져서 드디어 연기를 할 수 있게 됨.
뭐.. 그러한 이유로 영화 마지막에선 사방에서 훌쩍훌쩍, 앤도 계속 눈물 찍어내고, 마지막 킹콩 떨어질 땐 주위에서 탄식과 함께 "어떡해"라는 대사까지도 들려옴.

몇가지 추가로 주절댈 거리들,

킹콩네 집에 즐비하던 해골들, 킹콩은 초식주의자이기 때문에-일부러 옆에 있는 대형 대나무 뜯어먹는 장면을 집어넣은 이유란?- 색시로 잡아온 여자들을 잡아먹을 필요가 없을 터, 그 여자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킹콩의 배려심 없는 운동성이라고나 할까...... 나같애도 그 손에 잡혀서 상하좌우 낙차폭 10여미터씩 되는 극심한 흔들림에 시달리다보면 목뼈가 부러져 죽어버리겠더라. 아마도 지금까지 잡혀온 여자들 대부분이 그 시달림을 견디다못해 잡혀오자마자 죄다 죽어버렸을 것임. 앤 대로우는 어떻게 멀쩡했냐고 묻는다면, 뭐.... 댄스와 곡예로 단련된 몸이어서라고 말할 수밖에.......

영화에선 원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몇 있는데,

여배우 찾는다는 자동차 안 장면에서 던햄은 페이(레이)를 언급하고 프레스턴은 이미 스케줄이 잡혀있다고 말(하던가???)하자 던햄이 곧바로 "쿠퍼의 영화 말이지"하는데 이 영화가 바로 33년도 작 킹콩임.
배에서 앤과 브루스의 투숏 찰영장면에서, 둘의 대사는 33년도 작 킹콩에서 앤과 드리스콜의 대사 그대로임.(원작에서 잭 드리스콜은 작가가 아니라 터프한 선원임)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열린 킹콩쇼는 원작에서 원주민들이 치루는 의식을 고대로 떠왔음. 흑인 연기자들의 복장, 춤, 그리고 음악까지도.
앤은 잉글혼 선장이 파라미르 아니냐고 했는데 찾아보니, <피아니스트>에서 스필만을 도와주던 독일군 장교였음. 모 매체의 기사가 이해됐음.
누군가는 잉글혼 선장의 창고에서 '수마트라 산 쥐 원숭이'란 푯말을 발견했다던데, 못봤음. 참고로 피터잭슨의 출세작 <데드 얼라이브>에서 좀비화의 주범인 이 수마트라 산 쥐 원숭이를 포획하는 장소가 바로 [해골섬]으로 나옴. 수마트라 근처의 해골섬이라고 하면 뻔하지뭐.

영화를 보며 제일 불편했던 건 해골섬의 원주민들을 그리는 방식이었는데, 더도말고 덜도말고, 짐 호버만의 말처럼 딱 모르도르의 오크들 같았음. 야만에 대한 표현이었다고 해도, 야만 != 문명이란 공식이 그처럼 처음보는 사람들을 다짜고짜 잡아다가 죽이는 걸로는 표현될 수 없다고 봄. 역시 피터 잭슨 또한 서구의 백인일 뿐이라는 점을 증명한 장면이라고나 할까.
또하나, <반지> 3부작 때부터 불안했던 건데, 피터 잭슨, 너무 감동먹으라고 고속촬영과 클로즈업을 남발하는 경향이 생겼음. 모르도르 오크 스타일 원주민과 함께 가장 불편했던 부분. 이러다가 제임스 카메론 짝 나는건 아닌가 싶음. 감동따윈 안먹어도 좋으니 부디 옛날의 재기발랄한 피터 잭슨으로 되돌아와주길.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제일 아름다웠던 장면은, 원작엔 없었던 호수위 얼음지치기 놀이 장면.

어쨌거나 앤 대로우의 경이로운 초강력 목뼈에 경배를! 그 목뼈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마도 <배드 테이스트> 2편을 봐야했을지도.......



이번엔 '33년도 작품 오리지날 킹콩.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옛날영화스러운 배우들의 연기와 할 말만 딱 하고 마는 대사.
군더더기 없는 빠른 진행, 덕분에 앤 말에 의하면 지루한 줄 모르다가 킹콩만 나오면 진행이 늘어진다나.... 말하자면,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킹콩과 그를 창조한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에 불과하다고나 할까.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애니메이션은 단연 발군! 70여년전에 저런 놀라운 작업을 해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세계 8대 불가사의에 뽑힐 만 함. 물론, 등짝의 털에 손자국 남는 건 뭐.......

피터 잭슨이 이 작품을 리메이크 했다는 사실만 염두에 두고 영화를 보면, 페이 레이의 비명만 질러대는 연기는 짜증 완빵일 수 있음. 왜 리메이크를 해야했는지, 어떻게 리메이크를 할지는 페이 레이의 연기만 보면 대충 감이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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