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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3월 21일   [헬보이]


[헬보이] 영화 보고 떠들기 - 2006년 03월 21일 18시 27분
2006년 03월 21일 18시 27분 2006년 03월 21일 18시 27분

일단, 나는 미국의 하이틴 로맨스 스토리를 별로 안좋아한다. 내가 겪지 않았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겪을 일이 없는 먼 나라의 딴얘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는 법. 게다가 미국의 10대는 이 동북아시아 작은 나라의 10대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 적어도 몇몇 영화들과 드라마들을 통해 본 미국의 10대들은 미식축구와 치어리더와 마약과 섹스와 아르바이트와 쇼핑과 캠핑과 자동차와 파티만이 주 관심사일 뿐, 한국의 10대들처럼 야자와 보충수업과 입시와 핸드폰과 삥과 학원 때문에 세상을 비관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해버리는 일은 없어보인다.

때문에 극중 나이가 환갑은 됐을 헬보이가 마치 10대들처럼 군다는 투의 이야기는 여기선 즐. 아무리 세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고 컸고 국가의 목적을 위해 쓰여졌다고 해도 60살 먹도록 아버지에게 '외출금지' 령 따위나 듣는다는 설정은 그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게다가 아무리 미국 10대들이라고 해도 시뻘건 근육과 시뻘건 꼬리를 흔들어대는 괴물에 스스로를 대입시키는 건 무리일 듯. 어쩌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모델을 제시하기 위함인가?????(하긴 시뻘건 꼬리를 흔들어대니깐.... 끝이 뭉툭한 시뻘건 꼬리말야!!!!!!)


길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들은 그 독특한 비쥬얼이 매력적이다. 그는 <블레이드 2>를 굳이 체코에서 찍었고 덕분에 그 영화는 웨슬리 스나입스의 무술쑈 보다도 어두침침 삐죽삐죽한 건물들 사이의 골목을 누비는 노스페라투 풍의 리퍼가 더 인상적인 영화가 됐었다. 존재 자체가 캐릭터인 뉴욕 지하철을 누비는 사람같이 생긴 벌레가 나오는 <미믹>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비하면 <헬보이>는 그 기괴한 비쥬얼이 각각의 캐릭터로 심하게 옮아간 느낌이다. 물론 크뢰넨이 숨어있었고 알에서 부화한 사마엘이 뛰어다니는 뉴욕 지하철이나 마지막 무대인 러시아 묘지의 지하처럼 나름대로 인상적인 배경이 있긴 하지만, 워낙에 캐릭터들이 갖고있는 시각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쉽게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그 캐릭터 가운데 가장 강한 충격을 주는 캐릭터는 당연히 주인공인 헬보이와 쌍칼 크뢰넨이다. 헬보이야 말할 것도 없고, 먼지와 톱니바퀴로 되어있는 살아있는 시체 크뢰넨은 그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다는 툴레 신비학회와 나찌라는 배경을 업고 비쥬얼을 뛰어넘는 기괴함을 발산한다. 말하자면, 한때 김형배 씨의 <최후의 바탈리온>이란 만화를 통해서도 알려진 [살아있는 히틀러와 나찌의 UFO 설]이 가지고 있는 힘은 그 스케일 덕분에 로마노프 왕조를 망하게 했다는 러시아의 괴승 라스푸틴 개인을 이긴다고나 할까. 말만 많은 대머리 아저씨보다는 '태엽'을 감고 말없이 오버하며 쌍칼을 휘두르는 방독면 아저씨가 더 매력적이더라는 말씀.

이 두 캐릭터 외의 나머지 캐릭터들은 그저 그렇다. 시종일관 골치거리였던 사마엘은 그 비중에 비해 다소 평범하게 생겼고(물론 알에서 깨어나는 새끼들은 멋졌지만), 에이브 사피엔과 리즈는 그 비중이 너무 적었으며, 라스푸틴은 밋밋했고 나치의 악녀 일사는 도대체 왜 나왔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아, 망치한번 휘둘렀지...) 그래도 호호백발 브룸박사는 배우의 아우라 덕분에 그나마 생명력이 있었으며 원작엔 없었다는 마이어스 요원은 오리지날 캐릭터인 탓인지 그래도 헬보이의 조역들 가운데에선 제일 나았다. 뭐 그 역할의 대부분은 리즈를 향한 것이었지만.


원작이 미국산인데다가 헐리우드 산 블록버스터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도 미국은 세계를 구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 나치는 영원한 악역이고 미국은 영원한 영웅이라지만, 그래도 감독이 맥시코 출신이라서 좀 다른 구도를 기대했던 건 무리였을라나...... 그건 그렇다고 치고, 지옥에서 기어나온 악마새끼까지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리는 미제 초코바의 위력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기실 현재 지구상에서 짱먹겠다고 뻐겨대는 미국의 진짜 파워는 바로 이 먹을 것들이 아닐런지......(영화 <헬보이>를 보고 신토불이를 생각하다니 말야......=ㅇ=)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돌과 쇠의 싸움.
영화의 두 스타일리스트.


끝으로 분장 안해도 헬보이라는 명성을 얻은 론 펄만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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