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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2일   [Spirits of the Air, Gremlins of the Clouds] (2)


[Spirits of the Air, Gremlins of the Clouds] 영화 보고 떠들기 - 2006년 12월 12일 19시 19분
2006년 12월 12일 19시 19분 2006년 12월 12일 19시 19분

자막없이 영화를 본다는 건 고역이다. 특히나 그 영화가 무수한 대화가 오가는 영화라면 더더욱. 거기다가 우울함과 졸음이 대뇌피질을 한꺼풀 두꺼풀 덮고있는 상황에서 본 거라면 더더더더욱.

어쨌든간 보긴 봤다.
마치 무슨 빚이라도 지고있는 양 의식 한구석에 고이 쳐박아뒀다가 밤샘 작업 중에 미친듯이 일하기가 싫어서 홧김에 보긴 했지만, 아무튼 알렉스 프로야스의 장편데뷔작을 보긴 봤다.

알렉스 프로야스라면, 100편이 넘는 뮤직비디오를 찍다가 헐리우드에 전격 발탁돼 (이소룡 아들 브랜든 리의 촬영중 사망사고로 인해) 결국은 컬트가 돼버린 <크로우>를 시작으로 <다크 시티>, <아이, 로봇> 이 세편의 영화를 10년동안(물론 <다크 시티>와 <아이, 로봇>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영화가 한 편 있지만 존재감 없음으로 인해 무시) 만든 과작의 감독이며, 동시에 기가 막힌 비쥬얼을 막강무기처럼 휘둘러대는 이미지의 감독이다.(씨네리에 실렸던 20자평에 의하면, "이미지로 내러티브를 꾸민다"라고 했던가... 기억이....)
대부분의 뮤직비디오, 또는 씨에프 출신 감독들이 다 그렇듯, 알렉스 프로야스도 비쥬얼만 있으면 별다른 스토리텔링이 필요없을만한 인물이다. 말하자면 시각정보만 가지고 충분히 이야기를 꾸릴 수 있을만한 인물이란 말이다. 그건 원작이 존재하지 않았던 <다크 시티>를 보면 알 수 있다. <크로우>와 <아이, 로봇>이 원작의 이야기구조에 살을 붙이듯 비쥬얼을 발랐다면, <다크 시티>는 이야기의 뼈대 없이 비쥬얼의 옷만으로도 그럴싸한 영화가 깔끔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크로우>처럼 탄탄한 원작의 이야기가 있으면 그의 비쥬얼은 전자레인지에 넣은 은박지처럼 폭발해버린다.(스타파워와 자본에 밀려 어정쩡하게 나와버린 <아이, 로봇>은 말하지 말자.)

그런 인물의 장편 데뷔작이라면, 뭔가 충분히 기대할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더군다나 제목도 그럴싸하다. <공기의 영혼, 구름의 그렘린>이라니... 또 IMDB에 의하면 이 영화의 장르는 SF라고 한다. 비쥬얼을 천재적으로 다룰 줄 아는 감독의 그럴싸한 제목을 붙인 SF 데뷔작.


그래서 며칠동안 끙끙거리며 겨우 구해본 이 영화는,


영화를 볼 때의 타이밍이 하필 그랬던 이유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임팩트 없는 이야기에 충분히 뛰어나지만 가난한 미술이 알아듣기 힘든 대사를 배경으로 화면에 나오니, 이건 뭐 사정없이 졸린 거다. 모종의 목적을 위한 피를 말리는 정신력전쟁을 치루며 겨우겨우 엔딩크레딧을 보긴 했지만, 이건 뭐 영 뭐가 뭔지.....
IMDB 투표자가 겨우 49명이라는 사실이 말해주듯 존재감마저 희박한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려고도 했지만, 그나마 좀 읽을거리라고 있는 건 IMDB의 짤막한 유저코멘트 뿐, 어디에도 이 영화에 대한 '멀쩡한' 이야기는 없었다.(때문에 이 포스팅도 껍데기뿐이 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한 99% 정도?)

알렉스 프로야스 본인이 직접 쓴 시나리오는, 잘 모르겠다. 대사를 알아먹을 수 있어야 말이지. 내러티브 구성은, 역시 잘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비쥬얼이 얼마나 이야기와 잘 결합해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지 역시, 잘 모르겠다.-_-;;;;;

대충 이야기는 이렇다.

사막이 있고 아마도 문명이 거의 망해버린 듯한 시기, 알 수 없는 토템들과 기독교적 상징과 알 수 없는 조형물들이 서있는 사막을 지나 한 여행자가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오두막에 나타난다. 이 오두막엔 다리를 쓸 수 없어 휠체어를 타고다니며 비행에 대한 꿈을 꾸는 발명가 펠릭스와 수시로 그로테스크하고 아방가르드한 화장과 드레스를 갈아치우며 사막을 향해 두줄짜리 현악기를 타는 여동생 베티가 살고 있다. 펠릭스는 기진맥진해 쓰러진 여행자 스미스를 구조해주고, 그를 꼬셔 자신의 꿈인 비행을 실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베티는 스미스를 싫어할 뿐 아니라 펠릭스의 작업 역시 마땅찮게 생각하(는듯 하다. 이유는 모르겠다. 어쨌든 펠릭스나 베티나 정상이 아니다)고 그들의 작업에 관여하질 않는다.
펠릭스는 스미스의 도움을 받아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동력글라이더를 완성하지만 이번엔 바람이 멈춰버린다. 지리한 기다림의 시간이 가고 펠릭스와 스미스는 베티와 계속해서 갈등을 하다가 결국 펠릭스는 베티의 2현짜리 악기를 부숴버린다.(도대체 왜 부순건지...-_-;;;) 그리고 스미스가 떠나려고 옷을 갖춰입은 날, 바람이 불고, 페달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인력글라이더는 마침내 하늘을 난다. 하지만 스미스는 그대로 날아가버리고 펠릭스는 하늘을 바라보며 상심한다.
멍하니 집 앞 베란다에 앉아 하늘을 바라만 보던 펠릭스의 앞에, 스미스와 비슷한 여행자 셋이 나타나는 걸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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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베티, 펠릭스,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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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초기작들을 들춰보는 건 나름대로 독특한 재미가 있다.
알렉스 프로야스는 아직 거장이라고 불리기는 한참 먼 사람이지만 그래도 빛과 어둠을 빼어나게 다루는 장인으로서의 자격은 충분하다고 할 수도.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장인의 첫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난 경험을 안겨주는 것으로 그 임무를 훌륭히 수행한다.

그나저나 도대체 차기작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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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e 2006년 12월 13일 10시 29분
거참....
돈 안들었겠네요....
별쥐 2006년 12월 14일 09시 34분 
그게 또 이런 싸구려데뷔작들의 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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