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에선 일종의 트리거였던 이몽학에게 좀더 많은 것을 몰아줬지만, 너무 많이 몰아준데다가 정작 캐릭터는 열라 평면적으로 만들어버린지라 실망. 사실 원작 4권에서 견자와 이몽학이 개싸움 벌이고 나서 이몽학이 돌아설 때 "젠장, 내 적도 아니고 내 동료도 아니고..."하면서 뒤돌아 한탄하는 부분을 참 좋아하는데, 그런 거 하나 없음. 그냥 역적 뿐. 뭐 역적인 게 나쁘단 게 아니라 매력없는 역적이 나쁘단 거.
원작에서 주인공이었던 견자는 영화에선 이런 뭐 병신.... 기껏 한다는 게 용상 한번 앉았다 일어서기.... 소리 지르고 성질만 내지 뭐 성장이란 걸 안하니 막판에 이몽학과 싸우게 되는 설정도 그냥 어이없을 뿐.... 어쨌든 그냥 병신. 내가 백지였어도 싫었겠다.
백지는...... 언급할 가치도 없음.....
유일하게 봐줄만 했던 게 황정민의 황정학인데, 황정민이 황정학인지 황정학이 황정민인지...... 그러나 그것도 이준익 감독의 연출 때문인지 빛이 많이 바랜듯한 느낌인 게, 시궁창에 연꽃이 있는데 연꽃이 더 빛을 발하는 게 아니라 구정물이 묻은 느낌이랄까.....
하여튼간, 원작 캐릭터들의 아우라가 너무나도 강하다보니 황정민의 황정학이 황정학의 대사를 읊는데도 좀 낯뜨거웠음. 황정민이 황정학이 아니라 황정민이 연기하는 그냥 맹인검객이었더라면 느낌이 훨씬 좋았을지도... 아니면 연기를 받아줄 견자나 이몽학이 그모양이었어서 졸지에 덩달아 병신이 된 건가... 난 정말이지 내 손에 달이 떴잖아 하고 실없는 소리와 함께 웃으며 세상을 뜨는 그런 황정학을 원했단 말이라고. 칼잽이가 칼 뒤에 숨어야지 칼 앞에 나서면 워쩌겠다는 거여 같은 낯뜨거운 대사를 읊는 황정학이 아니라. 그런 고로 황정민 최고의 연기는 여전히 백사장과 도경장임.
하나티비 프리미엄 거시기 정액 어쩌구 끊고나서 아직 고작 두편밖에 못봤는데, <일라이의 책> 언넝 보고 게리 올드만의 간만의 악역 한번 봐얄텐데. 예고편 보니 포스가 장난 아니드만....
아, 난 원작의 95~96년 초판 발행본을 소장중. 근데 4권은 제본이 엉망이라 낱장이 죄다 우수수...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