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지미 챔벌레인도 떠나고, 새 앨범이 나왔드랬더라고하더라. 국내에선 당연히 못 구하고 아마존에서 사거나, 아니면 요기 맨 아래에 있는 거처럼 웹 다운로드/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 어디든 퍼다 날라도 된다고.... 친절하게 다운로드 버튼과 코드 카피도 제공해준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나의 스매싱 펌킨스는 그때 해체됐었어!!!!) 불과 10일 전에 (빌리 코건 빼곤 죄다 새 멤버들이지만) 그들이 한국에 왔다 갔다는 사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앙아아아앙아악!!!!!!!!!!!!!
사실 기계신 이후로 어쩐지 멀어져버린듯한 느낌이었어서 주구장창 옛날 앨범들만 리플레이 무한반복하곤 했었는데, 트랙이 114개인 Rarities And B-Sides 다운받느라 온갖 삽질 남발하다 결국 벅스에서 150곡 결재한 덕에 들어볼 수 있었는데(어차피 죄다 리바이벌인데 왜그리 그거 못 구해서 안달이었는지 원...), 암튼 이게 다 그들이 2000년에 와서 보여주고 들려준, 사람이 충분히 환장하고도 드럼통 만개 분량이 남을만큼의 감동 때문이었어. 그날 그 공연을 안봤으면 이 정도까진 안 갔을지도 몰라..... 아흙아흙아흙
뭐 그래도, 제임스 이하 없고, 지미 챔벌레인 없고, 다아시 없고, 하다못해 멜리사 아우프 마우어도 없는 빌리 코건 혼자만의 스매싱 펌킨스는 됐어.
뭐... 생각해보니 그게 처음은 아니지만... 2003년이던가... 사업자등록내고 EBS에서 초딩 교육용 방송 애니 만들어서 납품하던 시절, 그 경리분의 한차장인가 하는 놈이 하도 제때 결제를 안해줘서 돈이 좀 모자른지라 마침 플래시 게임 만든다는 회사가 인천 동암역 근처에 있다길래 낼름 면접보고 풀타임은 힘드니 파트타임으로 돈 반만 받고 하께요, 해서 두달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사장이랑 사장 매형인지 하는 실질적인 사장 이산지가 딱 지금 사장같은 스타일이었다. 사무실은 뭔가 어수선하고 디자이너라는 여자애는 80년대 스타일의 디자인을 뽑아내고 나머지 여자애들은 뭘 하는 건지 모르겠고 거기서 액션스크립터 정씨 아저씨도 만나고(요새 뭐하나 몰라...) 난 두 달 동안 기획서도 없이 무슨 해괴한 플래시 애니에 스크립트 못 얹은 플래시 게임의 기획과 디자인을 했는데, 뭐 두 달 뒤 결과는 좆망.... 두 달치 일한거 받을라고 이사한테 전화했더니 자긴 사장 아니라 사장한테 얘기하라, 사장하곤 두 달 동안 뭐 얘기한 것도 없구만, 사태 안좋으니깐 자기는 쏙 빠지고 핫바지 사장만 앞에 내세우는데, 노동청 신고하고 근로감독관 앞에서 정씨아저씨랑 같이 사장과 대질했는데, 사장 왈, 꼭 주겠다 어쩌고, 근로감독관 왈, 잘 합의 보시라 어쩌고, 근데 급여 못 주는 이유가 사장 마눌이 사장 몰래 집을 사서 돈이 없어 그렇대, 아놔... 그래서 그 산 집 등기부등본이라도 떼보자 해서 주민번호 알려달라니 자기를 못믿겠녜. 그래서 좋다, 믿어줄테니 꼭 주기로 한 날까지 돈 달라 했는데 그 뒤로 사장 잠적...... 때마침 여름방학 특선 프로 작업 땜에 열라 바쁜데다 더이상 쫓아다니기도 맥빠져서 에라 씨발새끼, 하고 말았는데, 더 웃긴 건 반년도 더 지난 뒤 그 이산지한테 뜬금없이 전화가 와서는 꼭 돈 줄테니 기다려달라나.... 주긴 개뿔.... 그 뒤로 또 연락 안되드라.....
암튼 그옛적에 그랬는데, 다행히 이번엔 좀 펀치가 약한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라나....
이번 건 거리 가깝고 아이템 괜찮고 일도 맘에 들고 아싸 이번엔 진짜 재밌게 뭔가 만들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간 회사의 사장이 알고보니 열라 사기꾼이었더라는 얘기.....
사건인즉슨, 첨 들어갈 때 면접을 본 당시 팀장, 지금 이사 왈, 사장님이 대출과 투자로 약 2억원 정도 확보해놓고 6개월간 개발을 위한 자금은 다 마련해놨으니 제대로 만들어서 런칭한 후에 아이템이 좋으니 수익을 잘 뽑을 수 있을 거다... 라고 알고선 나에게 그렇게 얘기를 했었다. 이사와 두 달 좀 안 된 3D하는 친구도 지난 달 급여를 받았으니 이번달 급여도 문제 없을 거라고 했었고, 자기자본이 아니라 투자금이라는 것과 나중에 본 사장 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던 게 걸리긴 했지만 뭐 사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신조라 그냥 믿고 2주 동안 일했지. 나름 기획안 신경 써서 뽑고, 헤매는 웹디 자극 줄라고 몇년간 안하던 디자인도 다 해보고, 뭐 그랬는데, 어라.... 급여일은 다 돼가는데 갑자기 경리가 회사를 그만두네. 게다가 경영지원팀장이 나에게 이번달 급여 어떻게 되냐고 되려 물어보네.... 근데 사장이란 사람은 회사에 붙어있질 않고 그 사이 오만 사람이 다 왔다갔다하며 사장을 찾네. 돈 내놓으라고. 어떻게 또 사장이 회사에 오면 불러다 놓고 걱정말라고, 그 사람들 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운운 하다가 드디어 급여일이 됐는데도 급여에 대한 말이 없네. 이사가 전화를 몇번을 하고 투자자 정사장이란 아저씨는 전화에다가 대고 씨발씨발 어쩌고.... 급기야 게임 만들라고 뽑은 플래셔는 일주일만에 잠적, 급여는 여전히 안나오고, 마침내 나타난 사장 왈, 내가 고향에 땅 좀 있는 걸로 대출을 받아서 여동생 통장에 넣어놨는데, 남동생이 여동생 이름으로 차를 뽑고선 할부금을 안내서 통장이 캐피탈에 막혔다, 그거 오늘 풀린다고 하니 내일은 꼭 급여를 주겠다, 고 한게 바로 어제였다.
그리고 오늘...... 돈 안 들어옴. 기다리다 기다리다 사장이 불러서 사장실로 우루루 가니 지금 여동생한테 급여내역 다 줬으니 금방 돈 들어올 거다, 어쩌고.... 순진한 난 그냥 믿고 퇴근할랬는데, 이사 왈, 가지 말고 입금 확인한 뒤 가라고 하더군. 그래서 여섯명이 하릴 없이 앉아서 기다리는데, 분위기가 영.... 개발팀장은 컴퓨터 들고 간다고 하고, 3D 디자이너는 자잘한 소모품 챙기고, 어쩌고 하다가 기다리다 못한 이사, 부사장이니 회장이니(아니 뭔 직함들이 그리도 많은지..) 투자자라는 정사장 아저씨한테 전화를 한참 하더니, 결론,
사기다.
부사장한테 사장 여동생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해봤더니, 사장이 말한 일련의 대사는 죄다 뻥이었고, 아직 사업자 등록도 안 된 그놈의 회사의 사장 이름도 알고보니 본명이 아니었고, 말하자면 가명 쓴 정체불명의 남자가 사장자리 앉아있는 유령회사였던 거.
결국 자기들도 피해자라고 하는 부사장, 회장에게 사정얘기를 하고 일단은 대책을 마련한 뒤 오늘은 그만 각자 흩어졌다.
나 정말 살다살다 면전에서 좌르르르 맨들맨들하게 하게 한 말이 죄다 거짓이었던 사기꾼은 이번에 처음 봤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거인국이었던가, 그 나라에선 도둑, 강도, 살인자보다 사기꾼을 더 큰 죄인으로 친다고 했던가? 소인국이었던가? 암튼 그랬는데, 그 부분 읽었던 고딩 땐 그냥 심정적으로 아 그렇구나 했는데, 이거 실제로 당해보니.. 참......
유신체제 시절 독일 유학생이 막스 베버의 저서 몇 권을 갖고 귀국하다가
공항에서 반입금지 처분을 받았다. 막스 베버는 맑스와 한 ‘통속’이 아니냐는 이유였다. 다른 학생은 <자본론>을
가져오다가 “이 학생은 자본주의를 공부하는군!”하며 무사히 통과되었다고 한다. 사실인지 누가 지어낸 얘긴지는 모르지만, 서울법대
출신 공안검사의 상식으로 보아 그럴듯한 얘기다.
그러니깐 [김삼웅의 블로그]를 RSS 구독하고 있는데, 요새 연재되고 있는 게 리영희 선생의 평전이다. 장준하 선생이나 김대중 선생의 평전은 정치가의 이야기여서 솔직히 그닥 재미가 없었는데, 학자이자 언론인인 리영희 선생의 평전은 재밌다. 뭣보다도 정치가들의 평전에선 두루뭉실 다뤄진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름 와닿아서일지도. 아무래도 여기저기서 후원을 받는 정치가보다는 자기 손과 머리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언론인은 그만큼 배 곯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일듯. 그러다보니 박정희 정권에 대들다가 좆선에서 해직됐을 땐 먹고 살기 위해 책 외판원을 했단 일화며, 언론사 월급만 갖고는 불가능했던 [자기집마련]을 퇴근후 밤샘알바를 통해 이루었다는 일화며, 밤낮없이 일만 하느라 가정을 무진장 등한시했다는 일화며 하는 이야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텐데, 이게 또 나랑 연관시키면 남 얘기 같지 않다고나 할까..... 그런데 읽다보니 참 요새 보도자료 긁어다가 발로 대충 끼적끼적해서 기사랍시고 싸질러대는 요새 기자라는 것들은 좆이든 젖이든 잡히든대로 붙잡고 죽어라고 반성해야 된다. 리영희 선생의 100000000분의 1이라도 좀 닮아봐라, 요새 기자 색히들아. 나 어릴 땐 그래도 [언론기자]라고 하면 정의감에 불타는 지사적 이미지가 있어서(이거 알고보면 죄다 리영희 선생이 만들어 놓은 거 아닌가?? 뭐 그양반만 그랬던 건 아니었을테지만.... 평전 읽다보니 그시절에도 권력욕이나 금전욕에 영혼 판 기자들도 많았던 거 같더군. 그 반대인 기자들도 있었을테고....) 나름 장래희망 중에 신문기자도 넣어놨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전두환 개색히 정권 시절이었던지라, 오마니한테 "나 기자 될래!" 했다가 "너 큰일난다! 엄마는 너 신문기자되는 거 반대다!"란 얘기를 들었던 적도 있네.... 그래서 지레 겁먹고 그 장래희망은 파기하고 그냥 동경심만 갖고 살았던 것도 같고.... 암튼 리영희 선생의 평전은 읽다보면 여러가지로 나 자신을 돌아보도록 만든다. 신기하게....